현아, 우리는 분홍의 치마 속을 훔쳐본 공범이지 언덕위를 뛰어오르면 칠이 벗겨진 교문이 보이고 이마 위로 벚꽃잎이 떨어져 현아, 나도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지고 싶어 벚나무처럼 손바닥을 펼치고 하얗고 가벼운 슬픔을 퉁기고 싶어 생리도 하품도 질투도 모두 옮아갔던 우리, 나는 어느새 너의 사투리로 비밀을 누설해 현아, 나는 가슴이 큰 여자가 되고 싶어 밤의 귀퉁이에서 일기장을 찢는 너를 안고 젖을 물리고 싶어 하루를 뜯어 장미를, 비행기를 접어 줄래 네 속에서 무수한 모서리들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듣던 밤, 제 살을 뚫고 올라오는 가시를 벼르는 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일 때가 있지 지붕마다 벚꽃잎이 맨발로 뛰어내리고 내 속에서 기포가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해 서서히 뜨거워지는 분홍의 체온, 키키, ..